미술세계

[2022.07] FROM DEFICIENCY, TO EXPLORATION, 신재연

파트론 2022. 8. 25. 16:50

FROM DEFICIENCY, TO EXPLORATION

신재연

 

최근 홍대 KT&G 상상마당과 성수 Layer57에 신재연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작년과 올해는 그가 미국에서 서울로 이주하며 작가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타인과의 관계와 취약성을 모티브로 작업된 회화는 밀도 있는 화면 배치와 구성으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특히 이번 《2022 FLEA: GROUND》에서의 작품 3점은 보드게임을 소재로, 기득권과 반전된 의미에서의 개인을 결핍과 취약한 존재로 설정하였다. 여기서 딸이자 며느리, 부인이자 학생인 그는 자신의 역할에 혼란을 느끼며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경로를 모색한다. 이에 따라 이전 작품은 학부 시절 전공한 한국화의 선묘를 살려 동양적인 산수화와, 미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 ‘스타벅스’를 병치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간극,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뇌로부터 출발한다

 


밀도와 반비례하는 정서적 충만

 

짓눌려진 벌의 몸통과 찢긴 날개가 화려하고도 생 동감 넘치는 물고기와 대비된다. 신재연의 작품 <Deficiency II>는 제목이 말하듯 결핍된 혹은 상 처받은 개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최근 본인의 취미 보드게임을 소재로 작업하는 까닭은 앞선 벌이 비단 일반 개인을 넘어 본인에게 향하고 있음을 말해준 다. 젠가의 블록이 하나씩 빠져나가며 무너지는 과정에서 벌(개인)은 그저 취약하다. 아랑곳하지 않는 물고기(타인 혹은 기득권)가 관계의 허무함을 방증하 는 듯하다.

허나 정면의 것과 달리 도처의 물고기는 채색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는데, 이는 타인 또한 결 핍된 존재의 일원일 수 있음을 은유하는 바다. 파괴되며 부서지는 개인과 그에 못지않은 타인의 나약함은 해당 작품의 밀도에도 불구하고 그 결핍을 확장한다.

 

Defiency II, Acrylic, Gouache, Pigma pen on Paper, 50x32.5cm, 2022.

 

자기 정체성을 향한 탐험

 

앞서 언급했듯, 작품 속 벌은 개인이면서 자신을 상징한다. 벌의 집단적 성격이 사회성을 필연적으로 요청하는 현대인의 삶과 다르지 않은 이유에서다. 고로 사회는 현대인의 필요 조건임과 동시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물고기는 곤충을 잡아 먹으면서도 또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이 다. 이처럼 기득권(타인)이라는 포식자의 알레고리는 구조주의적 관점과 맞닿는다. 벌과 물고기의 구분은 각 생명체에 의거하지 않고 관계에 규정되어 불분명해진다.

 

작품 <Hopscotch>는 ‘사방치기’를 통해 이를 명확히 한다. 좋은 자리를 매복하고 있는 2마리의 물고기와 이제 막 게임에 진입하려는 벌은 비교우위를 통해 게임의 유불리를 따진다. 이는 5번 포인트의 물고기가 7번 포인트의 물고기로부터 ‘벌’이 될 가능성 또한 암시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무규정은 자기 정체성의 혼란과 결속되어 있다.

 

Hopscotch, Oil Pastel, Gouache on Paper, 50x32.5cm, 2022.

 

신재연은 딸이자 며느리, 부인이자 학생인 자신의 역할과 오랜 미국 생활 끝에 돌아온 한국 생 활에서의 간극을 메우고자 한다. 특히 작가는 이전의 작업이 데카르트(Rene Descartes)의 방법적 회의를 실천하여 고정된 의미로서의 ‘자신’을 찾고자 노력한 것이라 말한다. 

 

<From me>(2014)는 포토그라비어(photogravure) 를 활용해 동양의 산수화와 미국의 아이콘 ‘스타벅스’를 병치한다. 나아가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판화로 찍어내고 다시금 수채화로 입힌 해당 작품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원 본으로부터 멀어지며 작가의 정체성은 희미해진다. 허나 한국에서의 작업은 나름의 극복으로 해석된다. ‘록시땅’과의 협업으로 시작한 해당 작품은 이모르뗄(immortel), 즉 시들지 않는 꽃을 화면 중앙에 배치한다. 나아가 꽃 주변을 탐험하는 물고기의 모습이 꽃을 휘감은 형상과 조응하여 리듬감을 부여한다. 여기서 시들지 않는 꽃의 영속성은 결핍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와 달리 작년과 올해의 작업을 통해 신재연은 불안정한 자아로부터 벗어나, 타인과의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자신의 역할을 일부 긍정하고 있다.

 

In your Wonderland,Mixed Media on Black Paper, 35.5 x 50 cm, 2021.

 


신재연

 

신재연은 사바나컬리지(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 Atlanta)에서 회화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주로 종이, 펜, 수채화, 아크릴, 오일파스텔, 아시아 종이 콜라주 및 다양한 매체들을 사용하여, 기억, 복잡한 감정 및 생각, 나약함, 예민함을 작품에 표현한다. 《WHAT YOU SEE IS WHAT YOU WANT TO SEE》 SCAD Trois Gallery(2016)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진행했다. 오는 7, 8월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프(2022), 9월 《International Colors》 CICA미술관(2022) 또한 참여할 예정이다.